많은 게임들이 현재 글로벌 기반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인디라고 하더라도 영문에 기반한 게임 상세 소개(Store Description)를 잘 갖춰놓으면 의외의 지역에서 유저 유입이 이뤄지는 경우가 간간히 발생합니다. 그리고 게임 다운로드가 어느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다면 어김없이 해외 로컬 퍼블리셔로부터의 퍼블리싱 검토 요청 메일이 도착합니다.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해보면 사실상 몇 몇 주요 상위 티어 국가를 제외하고는 매출이 전무하거나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중동, 중국, 특히 베트남 퍼블리셔들로부터의 적극적인 퍼블리싱 검토 요청 메일을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해외 퍼블리셔로부터의 퍼블리싱 요청 메일 과연 얼마나 유효할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수출상담회 혹은 지스타 B2B 미팅 등 해외 퍼블리셔 담당자와의 직접적인 비즈니스 미팅 이후, 즉 1차 검증된 회사로부터의 후속 팔로우업 메일은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각국의 로컬 퍼블리셔 매니저들이 현지에서 일괄적으로 정보를 수집 및 조사한 뒤, 무작위로 발송하는 퍼블리싱 검토 메일은 사실상 적극적인 퍼블리싱의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더하여 최근 더더욱 고도화된 게임 시장에서는 퍼블리셔가 찾고 있는 해당 장르와 컨셉에 딱 맞는 게임 혹은 뚜렷한 매출 성과를 낸 게임이 아니라면 게임 비즈니스 상담회를 통해서도 계약까지 이어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Q: 해외 퍼블리셔의 요청 메일에 응답하면 이후는 어떻게 되나요?
한국어가 가능한 담당자를 통해 메일이 왔다면 그나마 의지 혹은 성의가 있다 볼 수 있으며, 영어 메일의 경우 구글 번역 등을 활용해 해당 담당자에게 회신을 보내면, 이후 게임 정보와 성과 즉 디테일한 지표 등을 요청받게 될 것입니다. 게임의 지표를 정리해서 회신을 해주면 퍼블리싱 담당자는 자신들의 운영팀 테스트 등 내부 퍼블리싱 검토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퍼블리싱에 대한 계약 조건(Term Sheet) 혹은 계약서 등을 전달해 줄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Q: 그럼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요?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무작위적인 퍼블리싱 제안은 100% 계약금이 없다는 점입니다. 개발사는 퍼블리싱 계약 이후 런칭까지 나름의 여러 로컬라이제이션 작업을 반드시 진행하게 되는데(로컬 플랫폼 SDK 및 결제 시스템 연동, 그리고 로컬 폰 기종 대응, 퍼블리셔 QA 대응, BM 및 콘텐츠 수정 등) 이런 현지화 버전의 개발과 이를 위한 퍼블리셔와의 커뮤니케이션만으로도 인디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Q: 해외 로컬 퍼블리셔가 내 게임을 알아주고, 게임 콘텐츠를 함께 고도화 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요?
물론 계약금(Minimum Guarantee, 매출에서 차감하는 선급금)이 없더라도 내 게임에 대한 큰 의지와 애정을 가진 로컬 퍼블리셔 담당자들과 함께 콘텐츠를 업그레이드 하고, 더불어 퍼블리셔의 플랫폼과 인프라를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유저까지 유입시켜준다면 그것은 인디에게도 분명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주요 퍼블리셔들의 출시 라인업은 이미 대부분 꽉! 차 있으며, 무작위로 게임을 수집하고 있는 이름 모를 로컬 퍼블리셔에게 그런 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게임 시장은 어느 국가이던 엄청난 고도화가 되어 있습니다. 내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성공시키기 위한 치열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여도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무작위로? 여러 게임들에 메일을 보낸 뒤 게임들을 순서대로 줄세우고 있는 퍼블리셔에게 내 게임의 업그레이드와 사업적 기회를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담당자의 그저 형식적인 리스트 확보로부터 출발해 퍼블리셔의 수많은 장기 말 중 하나로 방치되는 게임은 결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Q: 계약금은 전혀 받을 수 없는 건가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인디 게임이 계약금을 받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오히려 국내 퍼블리셔들이 전략적으로 인디 게임을 글로벌 퍼블리싱하고자 할 때 계약금을 주는 구조가 가능합니다.(이 경우 해당 퍼블리셔의 해외 사업팀을 통해 보다 안전한 해외 퍼블리싱 계약이 가능합니다.) 더하여 최근의 경향상 검증된 국내 주요 인디 게임사들이 글로벌 퍼블리셔로부터 제안받는 계약금 수준도 몇 만불에 불과한 경우도 많습니다.(물론 인디 게임이라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매출을 내고 있다면 당연히 매출에 기반한 전혀 다른 수준의 계약금을 제안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때문에 인디에게는 눈 앞의 계약금보다 퍼블리셔의 장르적 전문성, 혹은 플랫폼 파워, 그리고 담당자의 우리 게임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의지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 계획과 보장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Q: 해외 계약은 어렵나요?
영문으로 된 계약서를 검토하고, 수정하고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며 영문 검토 계약을 법무 법인에 맡길 경우 최대 몇 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최근 인디개발자들 역시 ChatGPT를 이용해 영문 문구를 직접 수정한 뒤 계약서에 적용하고는 있지만, 계약서의 문구 조항 실수로 개발자들이 계약 이후 큰 곤란에 빠지는 경우도 간혹 발생하며, 무엇보다 게임의 해외 계약은 계약보다 파기(termination) 조항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해외 로컬 퍼블리셔가 런칭을 무기한 미루거나 특정 기간 이후 게임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판권을 포기하지 않는 경우, 혹은 계약 기간이 너무 길거나 계약 기간 자동 연장 조항 등에 따라 판권이 해당 퍼블리셔에 묶이는 경우도 많고, 차기작에 대한 무조건적인 권리 획득도 인디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계약 실수로 인해 인디가 게임의 글로벌 서비스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Q: 인디 게임의 해외서비스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물론 인디 개발자라고 하더라도 잃을 것이 없으면 해외 담당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직접 경험하고, 나아가 글로벌 계약을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정말 소중한 게임이라면 잘 모르는 해외 퍼블리셔에게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함부로 글로벌 계약을 진행해서는 안됩니다.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은 어찌보면 개발자에게는 자신의 자식을 결혼시키는 것과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내 게임에 가장 큰 애정을 가진 퍼블리셔와 함께 게임을 키워나가는 파트너쉽의 출발이 바로 퍼블리싱 계약이고, 설사 런칭 후 서비스 성과가 좋지 않더라도 함께한 노력을 인정하고, 서로 격려하며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미래의 더 좋은 기회로 한번 더 만들어 갈 수 있는 상호 발전의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인디 게임의 퍼블리싱, 핵심은?
퍼블리싱이라는 것은 단순히 게임을 서비스만 하는 개념이 아니라 개발사가 큰 노력을 들여 만든 게임을 퍼블리셔가 확보하고 있는 유저 풀과 서비스 인프라를 기반으로, 동종 가치 이상의 투자를 더해 성과를 창출해내는 고난이도 협력 작업입니다. 단순히 퍼블리셔 계정으로 게임을 런칭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현지화, 그리고 마케팅,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노력과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때문에 인디게임 개발자의 경우 검증된 퍼블리셔와의 퍼블리싱 경험을 통해 시장을 이해하고, 유저를 경험하고, 게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이런 경험이 계약금 혹은 게임의 매출 성과보다도 때론 더 소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게임들에 똑같은 메일을 보낸 후, 답이 오는 게임들을 모두 수집하는 방대한 퍼블리싱의 제안 형태에서는 설사 계약은 쉽게(?) 이뤄지더라도 계약 이후 퍼블리셔의 내 게임에 대한 서비스 집중 혹은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합니다.
때문에, 인디 게임 개발자는 해외에서 무작위로 도착하는 여러 퍼블리싱 메일에 흔들리고, 혹시 모를 계약금(?)을 막연히 기대하기 보다는 자신의 게임을 글로벌로 출시하고, 영문 기반의 최적화를 꼼꼼히 진행하고-ASO(App Store Optimaziation), 스토어 디스크립션의 개선을 통해 유저 유입 성과를 더하며, 리뷰 분석 그리고 다운로드 반응이 오는 국가의 유저들과 함께 레딧(Reddit)으로 소통하여 게임의 완성도를 꾸준히 높여가는 진정성 있는 오늘의 한 발걸음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후 자신의 게임을 공모전, 그리고 여러 전시회 등에 출품하며 진정성 있는 퍼블리셔들과 지속적으로 꾸준히 소통하면서 퍼블리싱의 기회를 모색한다면 언젠가 해외 게임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본인 그리고 자신의 게임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 2부에서는 해외 퍼블리셔와의 컨택 시 필요한 체크포인트와 진행 프로세스 등을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안내합니다.
글: 정무식 교수(가천대학교 게임영상학과 부교수/공학박사)
정무식 교수는?
1994년 트리거소프트 창업 멤버로 출발하여 엔씨소프트 디렉터, 나스닥 상장사인 그라비티의 사외이사 및 루노소프트의 부사장을 역임한 대한민국 1세대 게임 개발자다. 2003년 글로벌 최초의 인디게임공모전을 기획, 개최한 이후로 국내 인디게임 육성에 오랜 관심과 지원을 이어왔으며, 특히 루노소프트의 ‘디즈니틀린그림찾기’의 해외 수출 및 글로벌 성과 이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해외 진출 자문을 맡아 국내 중소 게임사들을 오랜기간 적극적으로 자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