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은 지루하고 어려운 길입니다. 프로덕션 초반 팀 내의 아이디어 발상과 논의는 흥미롭지만 구현은 복잡하고, 시간은 늘 부족하며, 결과물은 매번 아쉬움을 남기기에 게임을 개발하는 대부분의 팀은 막다른 지점에 도달한 듯한 한계를 종종 경험하게 되며, 이 한계점을 통해 팀 또는 개인의 성장을 이루기도 하지만 반대로 개발을 포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난이도는 더 나은 게임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모든 팀에게 주어진 사실상의 공통 미션입니다.
여기에 다소 열악한 개발 환경과 물질적인 보상의 수준을 맞춰주기 어려운 인디의 특성 상 팀원들이 가질 수 있는 피해 혹은 보상 기대 심리(?)까지 더해지게 되면 팀 구성 초기의 아름다운 이상은 잊혀지고, 개발 중간 중간 발생하는 일상적이고 잦은 커뮤니케이션 트러블만으로도 개발팀 사기는 쉽게 꺽이며 이런 위기는 좀처럼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보통 인디 게임 팀의 경우 제작 시 문제가 발생을 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면서 발목을 잡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누차 강조하지만 인디는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보다 팀이 가진 특성과 장점의 엣지를 더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더하여, 이런 운영과 관리의 어려움은 메이저 게임사 그리고 제작 규모가 더 큰 AAA 게임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더 자주 그리고 빈번하게 발생됩니다.)
그렇다면 인디 팀에서 가장 명확하게 개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명확한 결과물의 일정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작던 크던, 영상이던 테스트 빌드이건, 내부 테스트던 외부 테스트던, 각자의 머리 속에만 떠도는 이미지 혹은 게임 플레이를 실제 결과물 제작을 통해 팀원들 스스로의 눈으로 확인한 뒤, 공통의 비전을 확보해 나가야 합니다. 혹 어떤 팀은 시연 영상 혹은 테스트 버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추가 일정에 따른 딜레이, 그리고 프로토타입을 검증한 뒤 버리고 새로 구성해야 하는 것에 대한 리소스 낭비의 부담감을 토로할 수도 있지만 단언코, 개발 공통의 비전이 수립되지 않은 개발 즉, 목표를 상실한 팀의 프로덕션은 무의미한 개발일 가능성이 큽니다.
‘로스트아크’의 개발을 총괄한 금강선 디렉터 또한 마찬가지로 외부 일정 수립을 통해 프로덕션의 위기를 넘긴 부분을 강연을 통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개발자들이 성취가 동반되지 않으면 동기부여가 흔들리고 개발 피로도 누적된다. 나아가 개발의 비전을 세우는 디렉터 스스로의 입지까지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게임 개발을 멈추고 4개월 동안 지스타를 준비했다. 20분 짜리 트레일러 나레이션 스크립트를 바탕으로 핵심 줄기를 만들고 개발과 함께 영상을 촬영했고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팀 내 레임덕이 사라졌고, 팀 내 동기부여가 생겨서 개발 속도가 무섭게 붙는 효과가 있었다.” <‘로스트아크 2년 간의 개발비화’ – 금강선 CCO/스마일게이트RPG, G-CON 2023 中>
인디 개발 팀은 주기적인 외부 영상 공개 또는 테스트를 통한 유저 반응으로 힘을 얻고 그 에너지를 동력으로 지속적인 게임 개발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더하여 발전된 게임은 향후 공모전 혹은 전시회 등의 출품을 통해 외부 수상 및 기반 지지 팬 층의 확보로 연결되어 미래의 진성 밀알 유저 씨앗으로 구축되는 바이럴 마케팅의 기반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디게임 개발 팀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가져가야 요소인 ‘공통의 이미지’에 대해 아래에 덧붙이며 본 글을 마무리합니다.
공통의 이미지란 무엇인가?
선택과 집중이란 무엇인가?
제작 일정이란 무엇인가?
글: 정무식 교수(가천대학교 게임영상학과 부교수/공학박사)
정무식 교수는?
1994년 트리거소프트 창업 멤버로 출발하여 엔씨소프트 디렉터, 나스닥 상장사인 그라비티의 사외이사 및 루노소프트의 부사장을 역임한 대한민국 1세대 게임 개발자다. 2003년 글로벌 최초의 인디게임공모전을 기획, 개최한 이후로 국내 인디게임 육성에 오랜 관심과 지원을 이어왔으며, 성남산업진흥원 선임 이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기능성 게임, 게임 리터러시 등의 자문을 맡아 국내 게임 문화 정착과 확산에 앞장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