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강연을 진행하면서 많은 학부모님들과 만나보면 내 아이가 게임에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걱정하고 그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찾으시길 원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공부의 적(敵)으로만 간주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의 학부모님들은 아이의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고 나아가 게임 문화를 함께 배우기 위해 게임문화가족캠프 등에 함께 참가하거나 자녀의 코딩 재능과 관심을 미래 직업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시기도 합니다.
더불어, 현재 숏폼 미디어의 대중화 이후 게임 과몰입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과거보다 많이 낮아졌는데 이는 게임 과몰입에 대한 사회 현상과 우려보다 유O브, 틱O 등의 미디어 과의존에 대한 걱정과 폐해가 현재 훨씬 더 높고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게임에 몰입한다는 것은 정신을 집중하여 행동하는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능동적 행위를 말합니다. 하지만 미디어에 의존(사전적 의미: 다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함)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이 포함되지 않은 수동적 행위를 말합니다. 문제는 우리의 뇌가 능동적 행위가 배제된 채 수동적, 피동적 영상에 과도하고 또 집요하게 자극받으면서도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도파민 중독 현상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최근 SNS 등 대부분의 소셜 영상 플랫폼들은 한결같이 더욱 짧게 그리고 더욱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고 있으며 인플루언서들은 수익을 창출과 생존을 위해 더 자극적인 영상을 업로드하는 한계가 없는 경쟁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의 뇌는 12~14세까지 자라게 되며, 무엇보다 청소년기 우리 아이들의 뇌는 감정 및 욕구를 주관하는 편도체(amygdala)를 중심으로 발달하게 되는데 이 민감한 시기, 자극적인 숏폼 플랫폼 영상에 강하게 의존하게 되는 우리 아이들의 뇌는 편도체 중심으로만 더욱 강하게 자극받게 되며, 이는 뇌의 불균형 발달을 초래하고 이를 통해 아이의 감정 기복이 심해질 수 있으며 나아가 충동 및 행동 조절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최근 많은 부모님들은 오직 아이의 학업만이 아닌 아이 중심의 미래를 지혜롭게 고민해 주고 계시지만, 혹시나 ‘내 아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는 자신만의 대의명분 하에 공부와 성적이라는 잣대만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계시다면 그리고 혹시나 그 목표가 아이 스스로 세운 것이 아니라면 아이는 잠깐 그 목표치에 도달하게 되더라도 결국 민감한 사춘기에 자신의 다음 목표점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설사 집요하게 만들어진 학습을 통해 좋은 대학을 들어가더라도 우리 아이의 뇌는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시기에 능동적이 아닌 수동적 성장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청소년기 내 아이 뇌의 균형 발달을 위해 우리 부모들을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아이의 수동적 욕구 발현을 능동적 기회로 확장 연결하기
우선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학업, 성적 등)로 아이에게 기준선을 제시하고 평가/보상하기보다 내 아이가 어떤 분야(만들기, 그림, 댄스, 코딩, 게임 등)에 관심을 가지고 탐색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 분야에 대한 지원을 해주면서 아이와의 교류를 이어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유튜브나 틱톡을 보다가 새로운 댄스를 연습하고 싶다든지? 무언가 먹고 싶은 것이나, 가고 싶은 곳, 혹은 하고 싶은 것을 말할 때 부모는 해당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능동적 행위로 함께 확장 연결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성취를 인정하고 칭찬하기
아이가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혹은 초등학교 수업을 통해 ‘MSW’ 등 디지털 플랫폼 교구를 접한 뒤, 창작에 스스로 몰입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이런 경우 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코딩의 영역으로 쉽게 연결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많은 코딩 인재들은 대부분 게임 유저로부터 출발한 뒤,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코딩을 배우는 경우가 많고 이후 프로그래머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특히 게임을 통해서도 생각하고, 계획을 짜고, 이해하고, 보정하는 학습과 실행 패턴을 반복하며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을 고도로 활용하게 되고, 더불어 경쟁을 바탕으로 한 우월행동(dominance behavior)과 놀이를 바탕으로 한 교류 그리고 승리의 경험과 성취를 통해 전두엽의 균형 발달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포함 어떤 분야이던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였을 때 부모가 해당 부분을 인정해 주는 것인데 아이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관심, 성취에 대한 인정을 통해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게 되고 이는 나아가 아이가 슬기롭게 청소년기를 극복하도록 돕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의 자립과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 ‘몰입’
수많은 분야의 위인들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모든 사람들은 고도의 ‘몰입’을 이뤄냈습니다. 또한, 한 분야에 몰입을 이룬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서도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게 됩니다. 때문에 부모는 내 아이가 청소년기 미디어에 과의존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재능을 발현하고 또 몰입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아이의 관심과 욕구를 먼저 인정해 주고 아이가 스스로 찾아가는 몰입을 부모의 기준과 시각으로 무시하지 않아야 하며, 나아가 또 다른 상위의 전문 직업의 기술로 확장,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변화 무쌍한 시기, 질풍 노도의 시기, 되돌아보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던 청소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며, 모든 변화는 한 번에 이뤄지지 않으니 내 아이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더디더라도 점진적인 발전을 모색해야 합니다. 때문에 미디어 시청에 대한 관리도, 게임 플레이 시간에 대한 관리도 우리 아이들을 믿고 함께 규칙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혹시나 실수하더라도 그 실수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고, 또 발전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다양한 도전을 격려하고 아이들의 성장의 기회를 함께 만들어나갔으면 합니다.
<이 글은 정무식 교수의 게임문화재단 ‘보호자리터러시교육’,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부모교육’ 강연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글: 정무식 교수(가천대학교 게임영상학과 부교수/공학박사)
정무식 교수는?
1994년 트리거 소프트 창업 멤버로 출발하여 엔씨소프트 디렉터, 나스닥 상장사인 그라비티의 사외이사 및 루노소프트의 부사장을 역임한 대한민국 1세대 게임 개발자다. 2003년 글로벌 최초의 인디게임 공모전을 기획, 개최한 이후로 국내 인디게임 육성에 오랜 관심과 지원을 이어왔으며, 성남산업진흥원 선임 이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기능성 게임, 게임 리터러시 등의 자문과 게임문화재단의 강연 등을 통해 국내 게임 문화 확산에 앞장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