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많은 이력서를 받아보고 또 인터뷰를 진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하자면, 취업의 핵심은 학생 스스로가 목표 직군에 대한 지식 습득을 바탕으로 꾸준히 노력하여 실무 능력을 갖추고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 즉 본인의 업무 능력에 대한 명확한 증빙(실무 포트폴리오)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꾸준히 준비해 나가는 것입니다.

때문에 졸업 학기 팀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이후 그제서야 취업만을 목표로 단기 포트폴리오 고도화 목적의 학원을 다니기 보다는 대학 1학년 때부터 다양한 게임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게임잼 등을 경험해보며 향후 업계에서 꾸준히 만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진정성과 열정으로 가득 찬 친구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인터넷에서 구매한 유료 자료 또는 누군가에게 받은 템플릿을 변형해 작성한 기획서, 고정적인 구도와 제한된 포즈의 컨셉 일러스트만 반복해서 그리는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를 들고 설사 운좋게 입사 면접을 통과하더라도 결국 회사에서 실무를 맡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게임 회사가 기대하는 인재상이란?

반짝이는 게임 아이디어와 신뢰할 수 있는 게임 기획은 다른 것이고 예쁜 그림(일러스트)과 동작하는 게임 그래픽 또한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무엇보다 게임 회사의 ‘업무’라는 것은 본인이 좋아하는 글만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팀’ 안에서 ‘프로젝트’에 사용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때문에 그 ‘결과물’을 위한 회사 입장의 ‘채용’이라는 것은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현재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그 ‘업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증명, 판단되는 직원을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부터 학생이 작업하고 준비해온 스타일(포트폴리오)과 현업에서 채용하고자 하는(직원에게 기대하는) 업무 역량의 수준 차이가 발생됩니다.

때문에, 단편적인 아이디어 스케치 문서 작업 혹은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예쁜 그림만 반복적으로 그리는 취미 형태의 노력 외 현업(필드)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업무적 역량(장르/스타일)을 키우기 위한 학생 스스로의 꾸준한 준비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준비는 관련 교육기관, 대학 등을 통해서 이뤄지거나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 동반사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업 종사자 멘토와 함께 보다 고도화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어떤 교육기관인가?’보다 ‘누구와 네트워크를 쌓고 꾸준히 교류하며 실무 능력을 쌓아 왔는가?’입니다. 게임 산업의 경우 다행히도 신뢰할 수 있는 여러 검증된 개발자들이 다양한 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타 교육 과정 수료를 통해 기본적인 포트폴리오가 준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준비는 대부분 자신이 그간 작업한 결과물들을 모아둔 것에 불과합니다. 회사에 제출하는 포트폴리오는 본인의 단순 작업 결과물 모음이 아니라 현업의 업무 수행을 목표로 하는 즉, 회사가 만들고 있는 게임 장르 스타일에 맞추어 ‘자신이 본 회사의 협업 환경 안에서 업무를 맡아 주어진 시간 내에 해당 프로젝트 사용될 결과물을 낼 수 있다’라는 본인의 업무적 역량을 증명하는 명확하고도 전략적인 결과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많은 예비 개발자들이 “나는 왜 취업이 되지 않을까?” 혹은 “왜 계속 서류에서 탈락할까?”를 고민하는데 취업하고픈 지원자의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만 반대로 “이 회사에서 왜 나를 반드시 뽑아야할까?”,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지원자보다 돋보이는 명확한 경쟁력은 과연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이 우선 준비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게임 회사는 기획, 아트 등 해당 실무 파트에서 지원자의 포트폴리오를 직접 검토하며 업무 수행 역량을 일차적으로 확인하고 이후 인사팀 혹은 임원 면접을 진행하며 인성과 성향을 체크합니다.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불분명 또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느껴지지 않는(회사 이름이 틀린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거나 이력 혹은 경력을 속이는 등) 수준이거나 제출된 포트폴리오가 그 회사에서 판단하는 업무 수행의 스타일(방향)과 맞지 않거나 마찬가지로 기본 수준에 미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함께, 많은 예비 개발자들이 ‘어떻게든 배우며 일할 수 있습니다!’라고 면접 시에 강한 의지를 보이지만 게임 회사는 교육기관이 아닙니다. 국내 게임 개발사의 90% 이상이 5-10인 규모로 매출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신입 개발자 한 명이 들어오게 되면 그 신입 개발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게 되고 이를 맡은 시니어의 업무 집중도는 급격히 저하됩니다. 또한 대부분의 신입 자원이 그렇듯 입사 초기 의욕과 로망에 가득 차 있는 반면 회사가 매달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서 반드시 매출을 발생시켜야 하고, 그에 따라 개발자는 회사의 소속 프로젝트 안에서 명확한 업무적 결과를 만들어내야하는 즉, ‘자신에게 주어진 몫 이상을 해내야한다’는 책임감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하지 못합니다.

워라밸과 개인적인 차원의 플렉스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회사(팀) 공동의 생존을 위한 프로젝트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꿈꾸는 업무보다 회사와 프로젝트 안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결과물로 본인의 업무적 역량을 우선 증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모두가 대기업 입사를 희망하지만 대기업의 문은 좁고 제한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임 쪽의 대기업의 문화는 일반적인 대기업과는 다소 상이하여 3-5년 이상의 장기 근속을 보장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 뿐만 아니라 서비스 런칭을 위한 마케팅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바, 대기업에서는 거의 다 완성된 게임을 시장에 런칭하지 않고 드랍하는 케이스도 종종 발생되고 프로젝트가 정리될 때마다 소속 개발자들은 인력풀로 이동되어 타 프로젝트 배속을 기다리거나 신규 프로젝트 구상을 시작하게 됩니다.

대기업의 온실 속은 밖에서 보면 따뜻하고 안락하게만 보여지지만, 각 스튜디오에서는 매 분기마다 허들을 넘기 위해 나름의 생존을 건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가 이어집니다. 문제는 이렇게 고도화된 대다수의 프로젝트들이 게임 런칭 혹은 서비스 경험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고 반대로, 어떤 개발자들은 회사 내 오래된 라이브 프로젝트 안에서 제한되고 특정된 단순 업무를 맡은 뒤 그 안정감에 도취되어 안주하게 되면서 개발자로서의 중요한 성장의 시기를 다 넘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개발자로서 폭풍처럼 능력을 키워야 하는 핵심 성장 시기에 본인의 능력을 발전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그 책임은 결국 대기업의 온실을 벗어나는 바로 그 순간 추운 겨울 벌판의 매서운 칼바람으로 본인에게 되돌아오게 됩니다.

즉, 런칭, 서비스를 경험하기 어려운 회사와 루즈한 프로젝트는 겉으로 화려하고 편안해보일 수 있어도 개발자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워야하는 청년기에는 도리어 좋지 않은 독(毒)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자 특히 신입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회사와 좋은 팀(좋은 팀이란 장르 게임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서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는 검증된 팀을 말합니다)에서 신뢰할 수 있는 개발자들과 일하며 본인의 전문적인 업무 역량을 꾸준히 키워가는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화려하고 주목받는 신작 개발 참여도 물론 좋지만, 안정되고 꾸준한 라이브 서비스 및 유저와의 소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매출을 내고 있는 게임의 서비스 경험 또한 향후의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게임 개발자에게 성공과 실패라는 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와 같습니다. 대기업의 화려한 망토를 자랑해봐야 그 망토를 벗게 되는 그 순간 거울 앞의 초라하고 왜소한 본인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회사를 동경하고 본인의 명패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가진 게임 개발에 대한 전문성, 유저에게 서비스하는 콘텐츠를 통한 진심, 그리고 함께 개발하는 동료 게임 개발자들에게 인정받는 신뢰, 장르 게임 개발의 글로벌 서비스를 통한 경험을 구축해야 합니다.

늘 강조하지만, 좋은 네트워크에 속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가 먼저 좋은 자원이 되어야 합니다. 대기업의 임원들 역시 영원히 회사에 머무를 수 없고, 더 큰 책임을 필요로 하는 창업의 굴레는 언젠가 시작이 됩니다. 때문에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본인만의 전문성 및 실무 능력과 신뢰할 수 있는 현업의 곤고한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며 그를 위해 먼 미래의 훌륭한 개발자를 꿈꾸는 것이 아닌 우선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옆의 친구, 동료,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부터 먼저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신뢰를 통한 관계의 구축과 확장, 이것이 우리 게임 개발 커리어의 시작이자 끝이 될 것입니다.

글: 정무식 교수(가천대학교 게임영상학과 부교수/공학박사)

정무식 교수는?

1994년 트리거소프트 창업 멤버로 출발하여 엔씨소프트 디렉터, 나스닥 상장사인 그라비티의 사외이사 및 루노소프트의 부사장을 역임한 대한민국 1세대 게임 개발자다. 1999년 (사)한국게임개발자협회를 설립 후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KGC 국제 콘퍼런스를 조직하는 등 국내 게임 제작 문화 확산 및 정착에 공을 들여왔으며, 더불어 국내 인디게임 육성에 오랜 관심과 지원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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