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을 완료하고 런칭 버전을 만들게 되면 지스타 등 다양한 게임 전시회를 통해 일반 유저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자신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여러 게임 유저들의 반응을 직접 지켜본 후 이야기하는 공통적인 반응이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를 한다”

“유저가 플레이를 어려워하고 진행을 못한다”

“많은 유저가 튜토리얼조차 클리어하지 못하고 게임을 포기한다”

물론 어떤 인디게임 개발자는 소울라이크류 혹은 항아리 게임처럼 자신이 게임 난이도를 극악하게 만든 것이 핵심 컨셉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인디게임 크래프트, BIC 등 인디게임 행사에서 만났던 주변 게임 개발자들의 반응을 통해서도 밸런스에 문제가 없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심지어 일반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가 본인이 제작한 콘텐츠 수준에 따라오지 못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상이 아주 명확한 극소수의 니치(niche) 장르 게임이 아니라면, 우리의 게임을 즐기고 과금할 대상은 지금 당신의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 일반 게임 유저이며, ‘글로벌 대다수의 유저들이 한국 유저들보다 게임 플레이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이 훨씬 더 낮다’라는 점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왜 대부분의 인디게임에서 난이도 문제가 발생되는 걸까요?

대부분의 인디게임 개발자는 자신이 좋아하고 이해도가 높은 장르를 선택해 게임 개발을 시도하게 되고 자신이 그간 경험해온 콘텐츠 기반 하에 여러 아이디어를 더해나가게 됩니다. 즉, 장르 베이스에 한번 더 업그레이드 된 게임 플레이 요소가 기본이 됩니다. 어드벤처, 비주얼 노벨 장르 게임들 역시 본인이 구상해온 스토리 혹은 스테이지로 일방적인 전개를 해나가거나 난이도 높은 퍼즐 등 제작자 나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병합하여 콘텐츠를 획일적으로 쌓아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방탈출 게임을 예시로 들어보면 어떨까요? 방탈출 게임을 설계한 사람, 방탈출 게임을 자주 즐긴 익숙한(패턴을 알고 있는) 사람, 방탈출 게임을 처음 해보는 사람.. 똑같은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플레이 주체 즉 유저가 가진 지식과 경험 수준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겁니다.

때문에, 그간 공모전 심사, 그리고 전시회 등을 통해 만났던 수많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말하는 기본 원칙은 “우리 게임 난이도는 제작자 중심이 아니라 목표 유저 지향적으로 구성되어야 하고, 반드시 유저의 테스트를 통해 검증되고 충분히 보완된 후 런칭되어야 한다.” 라는 것입니다. 어렵나요? 쉽게 풀어보자면 “제작자의 예상보다 초반 게임 구성을 더 쉽게하여 유저가 게임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유저의 게임 플레이 흐름을 이해하면서 콘텐츠와 난이도를 꾸준히 보정해가야한다는 것입니다.”

게임의 플로우나 콘텐츠를 디자인할 때 인디게임 개발자 본인의 기준과 경험을 바탕으로 +로망까지 담아 설계하게 되면 그 지점부터 일반 게이머 기준과 크게 엇나가는 오류가 발생됩니다. 예를 들어 어드벤처 게임 제작 시 힌트를 여기저기 창의적으로 기발하게 숨겨두려는 개발자의 입장의 재미(?)는 충분히 이해할만하고 본인 입장에서야 그 스토리가 재미있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막막하게 아무 정보없이 게임을 즐기게되는 유저 입장에서는 한 두 군데의 힌트 찾기를 시도해보고 스토리 전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지점에서 게임 플레이는 바로 중단됩니다. 즉, 게임 컨텐츠 구성은 유저의 기존 플레이 경험 안에서 유저가 시도하는 노력에 대한 명확한 결과로 이어져야하며, 보상 및 연출의 차별성으로 고도화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 혹은 스팀에 런칭이 된 인디 개발자들의 어드벤처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하드코어 유저들 조차도 첫 스테이지를 넘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전반적인 유저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은 기초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게임 플레이 난이도를 개발자 본인의 기준으로만 설정하고 일반 유저 테스트를 소홀히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는 해외 유저들에게 더 치명적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쉽게 사용하는 디지털 도어록의 경우 익숙치 않은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큰 난이도가 되고, 도어록 사용법을 유투브 영상을 통해 찾아보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한국 도어락 오픈의 어려움’과 관련한 에피소드 유투브 영상 中

글로벌 서비스를 기준으로 보면, 게임 UI와 관련한 더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는 한국과 일본의 [예], [아니오] 위치 반전입니다. 즉, 한국 게임의 UI를 단순 번역하여 적용하게 되면 많은 일본 유저들은 무심코 [예] 대신 [아니오]를 반복적으로 누르는 실수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Lunosoft사의 ‘디즈니 틀린그림찾기’의 한국 버전과 일본 버전의 UI 재구성 사례 中

이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은 글로벌 주요 게임 국가 중 하나로 일본 유저들의 게임 이해도 역시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일본 퍼블리셔들과 직접 협업을 통해 게임을 런칭해보면 실제로 일본 게이머의 플레이 수준을 한국보다 더 낮게 잡아달라는 현지의 요구가 많습니다.

더하여, 항아리 게임 등 극한의 난이도를 기대하고 게임을 선택한 일부 유저를 제외하면 보편적인 게임 유저는 참을성이 없습니다. 게임 플레이가 막히면 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보다 그 순간 게임을 포기하는 유저가 대부분입니다. 즉, 인디게임 개발자가 아무리 멋진 그래픽과 좋은 콘텐츠를 후반에 준비해놔도 게이머의 후속 진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또한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그간 여러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질문해왔던 밸런스 관련 핵심 사항 몇 가지를 아래에 정리해보겠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자의 밸런스 관련 FAQ>

인디개발자 A: 게임 내 튜토리얼은 꼭 필요한가요?

답변: 많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유저의 게임 플레이를 직접 지켜보고, 헤메는 유저를 위해 튜토리얼 추가 혹은 보완을 고민합니다. 하지만 우리 인디게임은 튜토리얼이 없이 플레이가 가능해야 합니다. 즉, 튜토리얼 보강이 아니라 플레이 방식을 개선해야하는 겁니다. 튜토리얼 작업 공정 역시 인디게임 개발자에게는 부담이 되고 어렵게 구성한 튜토리얼 플레이 중 유저가 이탈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튜토리얼 완료 보상 등 여러 보완책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기본 원칙에 어긋난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결국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발목을 다시 잡게 됩니다. 네,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선택과 집중임을 다시금 잊지말아야 합니다.

인디개발자 B: 게임 밸런스를 과연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답변: 인디게임들이 밸런스를 잡을 때 막연하고 러프한 수치로 세팅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괜찮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자가 게임 내 수치나 밸런스 등을 완벽히 세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여야 합니다. 우선 수치 테이블을 하드코딩하지 않고 엑셀 등으로 구성하여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정, 반영할 수 있는 제작 구조를 확보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동종 장르 게임의 커뮤니티 등에서 공개되어 있는 검증된 밸런스 시트를 참조하되 그 게임들 역시 완전하게 데이터를 컨트롤해온 게임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보정되어온 자료임을 감안하고, 전체적인 그래프의 커브와 밸런스를 조절하는 핵심 요소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밸런스 테스트시 핵심 요소들의 수치를 과감하게 조절해야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엑셀 그래프 등을 이용해 결과를 최대한 시각화하여 비교 분석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그 어떤 성공한 게임들도 완벽한 밸런스로 출발했던 게임이 아닙니다. 라이브되고 있는 많은 게임들이 끊임없는 업데이트를 통해서 현재의 지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내 게임 또한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기에 장르 레퍼런스 게임들의 운영을 유저 입장이 아닌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분석 및 이해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인디개발자 C: 출시 전 유저 테스트를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요?

답변: 인디게임 개발자는 가급적 다양한 인디게임 행사들에 참여하여 많은 교류를 하고 일차적인 피드백을 받아 우선 게임에 적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일반 유저 기준을 고려한다면 게임 난이도 등은 출시 전 더 쉽게 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변에 친한 친구 등 일반인들에게 꾸준히 게임을 시켜보거나 포커스 그룹을 설정하여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들의 지속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긴 사실상 어렵습니다. 때문에 구글 플레이에 테스트 혹은 베타 버전을 먼저 런칭하고 인도네시아 등의 구글UAC를 통해 모객을 진행한 뒤, 파이어베이스 연동 등을 통해 유저 이탈 구간을 직접 확인하면서 꾸준히 수정 및 보완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자가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게임에 대한 자만, 그리고 본인을 기준으로 정립된 스토리 및 콘텐츠의 전개라는 오만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유저의 입장에서 유저의 감동을 극대화 하기 위한 끝없는 고민과 집중된 노력만이 우리가 유저에게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이며 메이저들의 대작 게임 틈에서도 우리가 살아남고 선택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실수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배우지 않는(튜토리얼이 없는) 게임, 성공한 레퍼런스 게임에서 가져오는 안정된 밸런스의 기조, 더하여 실수하더라도 더 거침없이 후속 컨텐츠를 질러볼 수 있는 과감한 밸런스와 보상이 바로 우리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예전에 만났던 성공한 인디 게임 개발사 대표님의 멘트로 본 강의를 마무리 할까 합니다.

“정립된 밸런스의 기조가 없는 것이 우리 게임의 성공 포인트였다, 미래의 밸런스를 지금 고민하지 않고 유저가 밸런스 끝까지 도달하면 그 시점부터 다음 도달점을 빠르게 조합해 제공하는 것, 밸런스가 무너지면 그 무너진 밸런스를 인정하고 새로운 상위의 요소를 더해 유저에게 그 다음 목표를 제공한다”

“원칙과 규칙보다 유저의 플레이 역사 안에서 구축된 밸런스가 우리 게임의 성공 요소이고 때문에 앞으로의 그 어떤 다양한 변화 및 운영적 시도 또한 두렵지 않다.”

글: 정무식 교수(가천대학교 게임영상학과 부교수/공학박사)

정무식 교수는?

1994년 트리거소프트 창업 멤버로 출발하여 엔씨소프트 디렉터, 나스닥 상장사인 그라비티의 사외이사 및 루노소프트의 부사장을 역임한 대한민국 1세대 게임 개발자다. 1999년 (사)한국게임개발자협회를 설립 후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KGC 국제 콘퍼런스를 조직하는 등 국내 게임 제작 문화 확산 및 정착에 공을 들여왔으며, 더불어 국내 인디게임 육성에 오랜 관심과 지원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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