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 개발자A가 게임 개발을 시작합니다. 그는 과연 어떤 컨셉의 게임을 만들까요?
1. 그간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장르의 게임을 만든다.
나름 나쁘지 않은 길입니다. 개발자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게임은 분명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습니다. 넓고 넓은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내가 생각한 이 게임을 기다리고 있는 그 누군가의 유저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개발자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와 컨셉이라면 개발의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하면서 장르 게임의 완성도를 꾸준히 높여갈 수 있습니다. 설사 게임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이 남을 것입니다. 인디게임 개발자에게는 불확실한 ‘먼 미래의 성공’보다 오늘 ‘개발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2. 구글 게임 순위를 바탕으로 인기 게임 혹은 매출 순위 게임을 참고하여 개발한다.
좋지 않은 선택입니다. 당신이 보고 있는 그 게임들은 이미 엄청난 마케팅 비를 사용하고 있는 게임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신작을 런칭해서 의미있는 다운로드를 내기도 어려운데 매출? 즉 과금 요소까지 집요하게 구성해봐야 큰 의미가 없습니다. 과금은 내 게임에 유저 생태계가 형성된 이후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3. 자신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장르를 선택한 뒤, 다양한 컨셉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면서 시장을 탐색해가며 게임을 출시해본다.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그간 너무 많이 이 장르를 만들어봐서 지겹다’ 등의 이유로 본인의 주 종목 장르를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로망(만들고 싶었던 게임)으로 게임을 런칭한 뒤, 이후 시장의 호된 신고식을 겪고 본인의 주종목으로 회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본인의 자만(?) 혹은 낭비했던 시간과 비용에 대해서 후회할 수도 있지만.. 괜찮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은 본인이 하고 싶은 개발을 하는 나름의 특권도 있으니 그걸 충분히 누려본 것으로 위안을 삼아도 됩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만약 인디게임 개발자가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면 반드시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장르부터 게임을 개발하여 성과를 쌓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개발 장르를 정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게임의 컨셉입니다.
구글 플레이에는 매일 신규 게임이 출시되고 매년 수십만 개의 신규 게임이 런칭됩니다. 엄청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기라성같은 기존 게임들 또한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게임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떠한 매력적인 컨셉으로 유저에게 선택 받을 수 있을까요?
현재 매출을 내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은 막대한 마케팅(UA 캠페인)비용을 집행하고 있고, 유저가 광고로 게임을 설치하고 소비하는 형태는 이미 시장에 완벽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AI와 머신러닝을 통한 광고 시스템은 끊임없이 유저를 자극하고 핵심 유저에게 지속적으로 게임을 설치하게 합니다. 이런 메이저의 소모적 경쟁에 맞서는 인디에게 주어질 자리는 없습니다.
그럼 제가 유저로써 구글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가장 열심히 검색했던 경험은 언제일까요?
바로 제 아이가 즐길만한 게임을 찾을 때였습니다. 즉 누군가를 위해 게임을 찾고자할 때 우리는 먼저 구글플레이를 검색합니다.(부모님을 위한 고스톱 게임, 아이를 위한 캐릭터 게임 등)
소방차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소방차 게임’으로 검색을 하면 정말 많은 게임들이 나오고 이어 당연히 제일 먼저 보게되는 것은 역시나 리뷰입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너무 많은 광고, 그리고 집요한 과금 유도 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리뷰와 평점 비교를 통해 일차적으로 게임을 거르게 됩니다.
포인트 1: 평점과 리뷰 – 메이저 게임에도 뒤지지 않는 인디만의 무기
메이저 게임들은 의외로 평점을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서버 게임들, 유저가 많은 게임들, 그들은 많은 돈을 버는 대신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까다로운 과금 유저를 만족시키기는 더 어렵습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유저들에게 더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네트웍 기반 게임이 아니어도 되고 , 과금 유도를 집요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유저가 우리 게임에 원하고 기대하고 있는 그 지점만 맞춰준다면 유저는 우리 게임에 나름의 후한 평가를 내려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포인트 2: 유저를 대하는 낮은 자세 그리고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운영 전략
우리는 메이저 게임에 비해 잃을 것이 적습니다. 때문에 더 공격적인 전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설치한 유저가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기존 메이저 게임과는 차별화된 컨셉과 서비스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유저 리뷰로부터 우선 입소문이 날 수 있도록, 유저가 좋은 평점을 남길 수 있도록 과감하고 적극적인 운영 전략을 짜야합니다. 칼국수집이 매장 인테리어와 메뉴의 고급화로 유명 레스토랑과 경쟁하지 않듯 ‘손칼국수’ 혹은 ‘내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정성스레 키운 배추로 직접 담근 김치’ 같은 포인트를 반드시 어필해야 합니다.
방치형의 시대, B급 감성 혹은 힐링 게임 등으로 빈틈을 노린 K-인디게임들의 성공기
인디게임은 다른 게임으로부터 유저를 데려오거나, 꾸준한 UAC 집행을 통한 모객 마케팅 또한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메이저 게임과 공존하면서 과금 유저들의 비어있는 시간을 노려야 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과금 유저들에게 스테이크와 같은 주식이 아닌 밥을 먹고 난 뒤에 즐기는 달콤한 후식 아이스크림 같은 게임 혹은 이곳에서 밖에 맛볼 수 없는 ‘입안이 얼얼하도록 맵고 강렬한 소문난 떡볶이’같은 컨셉의 게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이퍼캐쥬얼 게임들만을 주로 즐기고 있는 글로벌 유저들은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우리 인디게임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게임 사용자가 아닙니다.
틱톡,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유투브 등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게임은 사용자의 이용 시간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 과금 가능 유저 또한 정해져 있습니다. 전세계 신용카드 보급률은 여전히 15%미만이고 각국의 로컬통신사업자를 통한 캐리어빌링(통신사 결제) 과금을 포함하더라도 전세계에서 과금이 일어날만한 주요 타겟 국가는 여전히 한국, 북미, 일본, 대만,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태국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게임을 즐기는 글로벌 핵심 과금 유저층은 이제 어느 정도 고정되었고, 그들의 입맛과 즐기는 스타일의 게임 역시 대부분 정해져 있습니다.
때문에 그들에게 선택받기 위한 우리의 게임은 컨셉부터 돋보여야 하고, 구성 또한 차별성을 가져야 합니다. 더하여, 메이저 게임과 견주어도 해당 장르와 컨셉에서의 퀄리티를 양보해서는 안됩니다. 작더라도 특색있거나, 개성있거나, 특정 범위에서 메이저를 넘어서는 완성도의 게임이 되어야 합니다. 거기에 기민함과 집요함보다 기본과 진정성을 담아 BM을 설계하고, 인디에게 부족한 물량과 디테일을 정성과 진심으로 보완해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진 최대의 장점은 속도 즉 빠른 의사 결정을 바탕으로 한 실행입니다. 우리는 메이저가 노리기 어려운 다양한 영역으로 더 과감한 확장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한국의 인디게임 개발자가 수비가 아닌 공격에 나설 때입니다. 당신만의 창의적인 컨셉으로 무장하고 거침없이 진격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조금 실수해도 괜찮습니다.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실수를 바탕으로 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이미 일보 전진한 것입니다.
글: 정무식 교수(가천대학교 게임영상학과 부교수/공학박사)
정무식 교수는?
1994년 트리거소프트 창업 멤버로 출발하여 엔씨소프트 디렉터, 나스닥 상장사인 그라비티의 사외이사 및 루노소프트의 부사장을 역임한 대한민국 1세대 게임 개발자다. 1999년 (사)한국게임개발자협회를 설립 후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KGC 국제 콘퍼런스를 조직하는 등 국내 게임 제작 문화 확산 및 정착에 공을 들여왔으며, 더불어 국내 인디게임 육성에 오랜 관심과 지원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