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문학상 잇따라 AI 사용 금지 조항 신설 “체화 과정 필수” vs “금지는 현실성 없어” 의견 팽팽
올해 문학계에 ‘AI 사용 확인 시 당선 취소’라는 문구가 급증했다. 신춘문예를 비롯해 창비 신인문학상, 한국과학문학상,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등 순문학부터 장르문학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생성형 AI 사용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문학인 21명을 대상으로 AI 규제의 필요성을 물은 본 기사는 이미 성큼 다가온 AI시대에 이미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문학인들, 그리고 모든 창작의 기초이자 원류가 되는 ‘문학’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담론을 함께 담아냈다. 소설가, 시인, 평론가, 연구자 등은 문학이 작가의 삶을 체화한 뒤 풀어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결국 기술 발전을 문학의 이름으로 거부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인정한 부분이 눈에 띈다.
실효성 없는 규제, 모두를 의심하게 만든다
AI 사용 금지의 가장 큰 문제는 실효성이다. 소설가 장강명은 “AI를 리서치에 활용한 것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고, AI가 생성한 문장을 사람이 다시 고치면 탐지 장치가 그것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수 출판사는 해당 문구가 저작권 침해 대응을 위한 “경고용”에 불과하다고 인정한다. SF 소설가이기도 한 전윤호 박사는 “현장에서 감시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생성 기술이 세련돼질수록 구분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미령 평론가는 “지금 글 쓰는 사람 중 AI를 안 쓴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며 “AI 사용만 하면 수상 취소라고 하는 것은 모두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문학은 체화의 과정”
작가들은 문학을 단순한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작가가 몸으로 경험한 것을 사유로 풀어내는 과정으로 본다.
소설가 정지아는 “소설은 한 작가가 살아온 바와 그 결과의 총합”이라며 “AI의 묘사는 수많은 정보가 뭉뚱그려진 결과물”이라고 구분했다. 소설가 김미월은 “사과가 100일 동안 썩어가는 것을 관찰해 시를 쓰는 것과 AI에게 물어서 쓰는 것은 다르다”며 “상상하는 것조차 AI에 기댄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소설가 전성태는 “마지막 세대가 되더라도 소설에 AI를 활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황인숙 시인은 “AI에 대한 고찰이 엿보이는 경우 외에는 일절 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은 기술과 공진화한다”
반면 AI 활용을 무조건 배척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윤호 박사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대원 교수는 “AI 사용 금지는 예술이 기술과 공진화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일”이라며 “현대예술은 언제나 기존 관습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소 평론가는 “기술 안의 인간이라는 점에서 금지라는 말은 오히려 이상하다”며 “우리 영혼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대안은?
일방적 금지 대신 AI 사용 여부를 응모자가 자진신고하게 하거나, AI 활용 작품과 비활용 작품의 공모 부문을 분리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달영 교수는 “높이뛰기와 장대높이뛰기처럼 둘은 서로 다른 종목”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배명훈은 “신춘문예나 신인문학상에는 인간 청년 창작자들의 노력이 절실하게 걸려 있다”며 “AI의 도전은 기존 출판시장에서 AI임을 밝히고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준 시인은 “이제는 ‘순수창작물’이라는 말 자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