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작?! 생존 or…? (이미지 생성: Microsoft Copilot)

세계 게임 시장 규모 4위, 연간 20조 가까운 글로벌 매출을 창출하고 있는 한국 게임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셀 수 없는 글로벌 히트작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다수의 성공한 사업가를 배출해낸 한국의 자랑스러운 콘텐츠 산업입니다.

조 단위 자수성가의 재벌들을 탄생시킨 기회의 땅이기도 하지만, 출중한 타이틀의 성공 경험을 가진 노련한 개발자들조차 차기작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트렌드를 자랑하는 시장이면서도, 한편으로 시장에 게임을 처음 런칭하는 인디 개발자가 몇 백억의 매출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그야말로 예측 불가의 엘도라도 같은 시장이기도 합니다.

UA 마케팅 고도화의 후폭풍 그리고 플랫폼 점유율에서도 점차 밀리고 있는 게임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는 여전히 신흥 국가 유저들 중심으로 다운로드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넷플릭스와 유투브, 인스타그램, 웹툰 등과 시간을 경쟁하고 있는 게임의 특성과 그에 더한 게임 플레이에 대한 접근성과 피로도로 인해 유효 유저의 게임 플레이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게임에 몰입하고 경쟁하며 과금하는 코어 유저층 또한 기존 유저 중심으로 고정되어 확장되지 않으면서 대부분 게임들의 매출이 현저히 줄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돈으로 유저를 데려오는 UA마케팅으로 점철되어버린 시장에서, 개발사들은 제 각각의 방법으로 게임을 홍보하며 생존을 모색하지만, 런칭 후 다수의 인디게임들이 유저들로부터의 부정적 평가로 좌절하며, 런칭 이후 유효한 다운로드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경험하게 되기도 합니다. 또한, 스팀 등의 노련한 게이머를 상대하기에는 경험 많은 개발사들조차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시장적 한계에 직면한 웰메이드 게임

과거, 웰메이드라는 평가만으로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장 받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개발사는 각자의 방법으로 시장을 경험하고 이해한 뒤, 성과 창출을 목표로 자본, 인력, 시간이라는 많은 투자를 통해 게임을 개발하고 더불어 폴리싱이라는 고도화의 과정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웰메이드 게임을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핵심은 웰메이드 게임이라는 평가만으로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것입니다. 성숙을 넘어선 게임 시장에서 유저의 이해도가 높아진만큼 게임에 대한 유저의 요구사항과 기대 수준 또한 함께 상승한 것이므로 고도화된 현 게임 시장에서는 유저의 기대 수준을 상회하는 결과물이 아니면 입소문이나 게임 설치 욕구를 자극하기 어렵습니다.

성공하기 어려운 게임 시장 그리고 차기작 장르의 변화?

이런 시장적 현실 가운데 게임을 런칭하고 소기의 성과를 이뤄낸 게임 개발사들이 전작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차기작에서 장르 변화를 가져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100만 다운로드를 넘기고도 기대보다 매출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 ‘대표 혹은 직원들이 만들고 싶은 장르로 개발을 해보겠다는 이유’, ‘한 우물, 장르 게임만 계속 만드는 지겨움을 탈피하기 위한 이유’ 등 회사마다 제각각의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핵심은 장르 게임에서 소기의 성과를 이뤄낸 개발사가 차기작에서 장르를 바꾼 뒤 전작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라면이던, 우동이던 소비자는 검색을 통해 가장 유명한 근처의 맛집을 찾아가는 나름의 로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입소문을 통해서나 지인의 소개를 통해 찾아가게 되는 맛집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사용자는 식당 선택 시 실패하지 않으려는 각자의 정립된 패턴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게임을 찾아서 설치하고 플레이하는 로직도 마찬가지로 장르 유저로부터의 인정, 그리고 다운로드 수, 별점과 리뷰 등 절차적인 검증을 통해 다운로드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컨셉이 중요하고 이후 매치3던, SNG던 우리의 게임은 진성 유저로부터 인정받는 장르 맛집이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게임 실행 이후 게임 안에 치밀한 기획과 유저 서비스로 멈추지 않는 게임 플레이를 구성해야 하고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게 된다면 바로 그 지점에서 유저는 게임을 멈추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맛집을 찾는 검증된 방법, 전통! 입니다. <출처: Google>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이지만 대부분 같은 곳에 베이스 캠프를 설치하며, 등반을 통해 공략할 수 있는 루트가 대부분 정해져 있는 것에는 나름의 명확한 이유들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지금 우리가 런칭한 게임이 1만+에서 또는 10만+에서 멈추었다면 이는 장르 선택의 실수보다 완성도와 컨셉의 문제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하이퍼 캐주얼 장르 등 개발 프러덕션 기간이 짧은 게임이 아니라면 보통 장르 게임의 개발에는 상당한 공력이 들어가게 되므로 런칭한 게임의 단기 성과에 실망하지 말고 끈기를 가지고 한명 한명의 유저의 피드백으로 장르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나가야 합니다.

만약 컨셉의 미스매치 혹은 아트의 선호도 문제라면 출시한 게임에서 얻은 장르 개발의 경험을 살려 차기작에서 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높이면서 다른 컨셉으로 확장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즉 차기작의 장르 자체를 변경한다는 것은 마치 변화 무쌍하고 등정을 쉽게 허락치 않는 에베레스트 산 등정을 한번 시도하고 바로 출발지를 다시 변경하는 것과 같은 무모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게임이 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이뤄냈다면, 다른 장르에 대한 욕심보다 그 장르 세계 최고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더욱 고도화하세요. 집요하게 완성도를 높이며, 매력적인 컨셉을 더하고, 대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자신만의 콘텐츠로 감동을 더하세요. 잔재주가 아닌 유저와의 소통을 통해 진심을 담아가는 개발 프러덕션, 이것만이 인디 생존의 길입니다.

<인디를 위한 장르 유지 10계명>

  1.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면 차기작의 장르는 그대로 유지해야한다.
  2. 개발사가 보유한 장르적 엣지는 지속적이고 꾸준히 그리고 집요하게 고도화되어야 한다.
  3. 치명적인 단점이 아니라면 약점의 보완보다 유저에게 인정받은 장점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픽이 아쉽네 -> 그래픽 보완(X)
    우리는 시나리오가 강점(O)
  4. 장르 변화를 반드시 시도해야만 한다면 장르를 완전히 이해한 기획자 혹은 개발자로부터 출발되는 최소화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콘텐츠와 제작 리소스를 섯불리 확장하지 않고 구조적이면서도 체계적인 개발을 통해 게임의 메타(재미)를 검증해가는 순차적 제작을 진행해야 한다.
  5. 특화된 컨셉으로 유저에게 얻어 걸릴 수 있으나 장르 고도화 없이는 그 또한 지속되기 어렵다.
  6. 개발 실력과 완성도만으로 결코 게임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7. 과금 유저층이 명확히 존재하는 장르(RPG, 시뮬레이션, 전략 등)를 택한다면 유저에게 과금에 대한 명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다.
  8. 글로벌 팬덤이 구축되어 있는 장르(서브컬처, 스토리텔링 게임 등)를 택한다면 커뮤니티 등을 통해 팬 층과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호감도를 확장해나가는 게임 개발을 시도해야 한다.
  9. 대중성을 노리는 장르의 게임이라면 차별화된 그래픽 컨셉 혹은 개성있는 영상 등으로 반드시 초반 주목을 끌어내고 그 호감도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10. 한 명의 진성 유저라도 소중히 생각하고, 장르 유저 의견을 바탕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꾸준한 업데이트를 이어나가야 한다.

머나먼 정상의 길,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것 같은 이 고행의 길은 유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걸음 한걸음 올라가야만 하는 우리가 선택한 길이며, 당신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정상!에서 만납시다!

글: 정무식 교수(가천대학교 게임영상학과 부교수/공학박사)

정무식 교수는?

1994년 트리거소프트 창업 멤버로 출발하여 엔씨소프트 디렉터, 나스닥 상장사인 그라비티의 사외이사 및 루노소프트의 부사장을 역임한 대한민국 1세대 게임 개발자다. 2003년 글로벌 최초의 인디게임공모전을 기획, 개최한 이후로 국내 인디게임 육성에 오랜 관심과 지원을 이어왔으며, 성남산업진흥원 선임 이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기능성 게임, 게임 리터러시 등의 자문을 맡아 국내 게임 문화 정착과 확산에 앞장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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