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재 브랜드의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Metaverse)’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이 점차 가속화되는 가운데, 특히 지난해와 올해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뷰티, 식음료 업계의 홍보, 마케팅 전쟁터가 기존 유튜브에서 메타버스로 옮겨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 같은 업계의 마케팅 추세는 제품의 핵심 타겟은 물론 잠재 타겟까지 아우르는 10대, 그리고 여성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메타버스의 이용자 특성에서 기인한다.

특히 국내 업체인 네이버제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제페토’의 경우 전 세계 총 2억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80% 이상이 10대라는 점, 그리고 미국, 일본,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유저가 폭넓게 접속하는 점 등을 이유로 이들 업계에게는 미래 고객인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더할 나위 없는 마케팅의 도구로 인식되는 추세다.

해외 명품 브랜드 입점 봇물, MZ세대 대상 최적의 마케팅 공간

현재 165개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제페토’에는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구찌, 랄프 로렌, MCM, 나이키, 컨버스, 노스페이스 등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유명 의류, 스포츠 브랜드들이 입점하고 있는 상태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제페토 내에 자사의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본사를 배경으로 한 가상 매장 ‘구찌 빌라’를 오픈했다.

유저는 현실에 있는 ‘구찌 빌라’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가상 매장을 방문하여 현실에서는 비싼 값을 지불해야만 하는 명품 옷, 신발, 가방 등 패션 아이템을 자신의 아바타에 입혀볼 수 있다. 나이키 매장에서 판매한 운동화 아이템은 제페토 내에서만 500만 개 이상이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뷰티 업계, 10대 여심을 자극하라! 메타버스 내 가상 매장 입점 러시

제페토 플랫폼의 핵심 이용자층인 10대 여성을 노린 뷰티 업계의 가상 공간 마케팅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해 7월 네이버제트는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과 제휴를 통해 세계적인 메이크업 디렉터 피터 필립스(Peter Phillips)가 고안한 총 9가지 메이크업 세트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디올은 현실에서 5~10만원대 제품을 제페토 내에서 메이크업 세트 하나당 500원(5젬), 눈썹 200원(2젬)에 판매해 많은 유저들로부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올해는 국내 화장품 업계의 약진이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7일 자사의 컨템포러리 뷰티 브랜드 헤라의 브랜드 공식 팝업 공간을 오픈했다. 헤라의 한정판 ‘위시로켓 컬렉션’의 가상 세계관으로 구성된 팝업스토어는 일러스트 아티스트 방상호 작가의 시선으로 담아낸 서울의 모습에 희망과 관련된 물건을 담았다.

같은 회사의 또다른 로드숍 브랜드 에뛰드 역시 제페토에 아이템샵 ‘에뛰드 버추얼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에뛰드는 자사 제품을 사용해 이용자의 아바타에 메이크업을 연출하고 브랜드 컬러인 핑크 원피스와 아이템 등을 제공했다.

또한 에뛰드 포토부스를 통해 자사의 베스트셀링 제품인 ‘픽싱틴트’와 ‘그림자쉐딩’으로 메이크업을 해보며 버추얼 뷰티를 경험하는 나만의 3D 아바타 인증샷 촬영 서비스와 이를 통한 경품 이벤트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유통, 식음료 업계 대세 마케팅은 ‘제페토’, 편의점 CU는 1억 명 이상 방문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국내 식음료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배라 팩토리’를 론칭했다. ‘배라 팩토리’에서는 눈 내리는 설원 속 동화 같은 공간에서 사용자는 배스킨라빈스만의 스타일로 제작된 의상과 소품을 착용하고 구매할 수 있으며, 아이스크림 변신 기계를 통과하면 아바타가 아이스크림으로 변신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해 이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한 제한된 시간 내에 ‘초코나무 숲’, ‘사랑에 빠진 딸기 밭’, ‘민트 화원’ 등에서 친구들과 함께 미션 플레이버를 모아 기계에 투입하면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완성되는 ‘케이크 만들기 미션’을 제공해 SNS 인증샷을 올린 유저를 대상으로 쿠폰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도 병행했다.

유통업계에서 공격적인 메타버스 마케팅을 통해 단연 두각을 나타낸 곳은 편의점 프랜차이즈 CU를 꼽을 수 있다. CU는 2021년 8월부터 CU제페토한강공원점, CU제페토교실매점, CU제페토지하철역점까지 3개점을 잇따라 오픈하며 Z세대 고객 잡기에 나섰다.

2021년 12월 말 기준 방문자는 각각 2,880만명, 7,280만명, 1,460만명에 달한다. 타 경쟁 편의점 브랜드가 운영하는 맵 방문자가 2만여명에 불과한 점을 비교하면 압도적인 차이라고 볼 수 있다. CU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와 협업 마케팅 등에도 집중해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국내는 물론 해외 MZ세대까지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도 연이어 가상 공간에 매장을 오픈해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연말부터 1월 중순까지 제페토 한정 맵 ‘산타광장’에서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담은 가상공간을 구축했다. 스타벅스 레드컵 모양의 보물상자 찾기 이벤트를 통해 ‘베어리스타’, ‘플래너’ 등을 랜덤으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곁들여 약 230만 명의 유저를 끌어 들였다.

또다른 커피 프랜드 이디야가 구축한 ‘이디야 포시즌카페점’은 오픈 한달 반 만에 630만 명의 유저가 방문에 화제를 모았다. 이는 스타벅스 방문 유저 230만 명의 3배 가까운 수치다. 이디야 포시즌카페점은 겨울 테마에 잘 어울리는 ‘한옥 카페’ 콘셉트로 꾸며져 젊은 세대와 외국인들에게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평가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가상 메이트 캐릭터 ‘토피’와 진열돼있는 이디야커피의 다양한 인기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2층 테라스에는 호떡 코너가 마련돼 있어 겨울 대표 간식과 함께 겨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이디야 맵에서는 스노우볼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겨울나무에 숨은 흰담비를 만나는 등 계절별로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10대, MZ세대, 글로벌… 타겟 키워드에 맞는 업계 “메타버스로 헤쳐모여!”

이 같은 최근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마케팅은 비단 유통, 식음료, 뷰티 업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10대, MZ세대, 글로벌 등 타겟이 되는 유저들의 동선이 겹치는 업계는 누구라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체불가’ 마케팅의 플랫폼화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해 10월에 오픈한 롯데월드 제페토 맵은 370만명 이상이 방문해 가상의 공간에서 자이로드롭을 타고, 아틀란티스에서 순간 포착 사진을 찍는 등의 미션을 즐겼다. 이 밖에도 현대백화점 면세점(1,110만명), 롯데하이마트(76,000명), 목우촌 또래오래(7,300명), 토니모리(4,400명) 등 유통업계의 제페토 내 자리 싸움은 지금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이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해 놀이가 소비로 연결되는 새로운 생활 영역으로 포지셔닝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 제품에 대한 타겟 연령층이 겹치는 10대, MZ세대, 특히 글로벌 소비자 대상 업계의 직접적인 세일즈 마케팅은 물론, 잠재 수요 고객을 대상으로 한 브랜딩 캠페인에 있어서도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어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마케팅은 2022년의 새로운 트렌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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