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조언을 해주다 보면 개발하는 게임은 각기 다르지만 늘 항상 비슷한 답변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 출발점은 아마도 ‘인디 게임개발자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든다’인 것 같습니다.
당연합니다. 인디의 출발이 물론 본인이 하고 싶은? 혹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인의 스타일만 고집하면서 런칭 후에 “유저가 게임을 이해하지 못한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 논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장르, 가장 좋아하는 컨셉으로 승부를 거는 인디게임개발자는 분명 시장에서 승산이 있습니다. 극도로 고도화된 UA메카니즘 하에서 순수인디게임개발자가 UA 캠페인으로 승부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오가닉 유저를 타겟팅하기 위해서는 정립된 장르관, 특화된 컨셉으로 본인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나의 게임을 스스로 찾아온 유저가 어떤 유저인지 그 과정을 역추적해본다면 그리고 그 유저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닫는다면.. 그 한명의 유저에게 내가 어떻게 서비스를 해야할지 자명합니다.
1. ‘장르적 약속’의 이행 (Expectation Management)
유저가 스토어에서 아이콘을 클릭하고 설치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미 유저와 개발자 사이에는 무언의 계약이 체결됩니다.
- 아이콘이 도트 그래픽의 로그라이크라면: 유저는 기존 즐겨왔던 픽셀 라이크 게임에서의 감성을 기대합니다.
- 제목이 ‘방치형’을 표방한다면: 유저는 이미 수없이 즐겨왔던 방치형 게임의 플레이 로직과 보상 그리고 랭크 경쟁을 기대합니다.
- 배신감의 결과: 만약 이 기대와 다른 튜토리얼이나 복잡한 시스템이 먼저 등장하면, 유저는 ‘배웠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속았다’고 느끼며 즉시 이탈합니다.
2. 가르치지 말고 ‘유도’하라 (Intuitive Design)
“우리 게임은 깊이가 있어서 조금만 더 참고 배우시면 정말 재미있을꺼예요”라는 말은 현대 게임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습니다.
- 학습의 최소화: 장르 유저는 이미 수많은 유사 게임을 통해 ‘문법’을 익힌 상태입니다. UI/UX는 표준을 따르되, **한 가지의 차별화 포인트(Unique Selling Point)**만 자연스럽게 녹여내야 합니다.
- 플레이를 통한 체득: 텍스트 설명 창을 띄우는 대신, 유저가 특정 버튼을 눌렀을 때 즉각적인 피드백(사운드, 이펙트, 보상)을 주어 스스로 ‘내가 잘하고 있구나’를 깨닫게 해야 합니다.
3. 오가닉 유저의 ‘희소성’ 인정
UA(유료 광고) 비용이 천정부지로 솟구친 지금, 광고 없이 들어온 오가닉 유저는 단순한 플레이어가 아니며 특히 인디가 오가닉 과금 유저를 데리고 올 수 있는 기회는 오픈 직후 뿐입니다.(노련한 마케터가 세팅하는 액션 기준 UAC 캠페인으로도 과금 유저는 1명 당 10불 가량)
- 역추적의 중요성: “어떤 키워드로 들어왔을까?”, “어떤 스크린샷이 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을까?”를 고민하면, 첫 1분(FTUE, First Time User Experience)에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가 명확해집니다.
- 환대의 태도: 내 게임의 문을 열고 들어온 소중한 손님에게 ‘시험지(복잡한 시스템)’를 내미는 대신, ‘웰컴 드링크(즉각적인 재미)’를 먼저 대접하고 메이저 게임과도 견줄 수 있는 지속적인 쿠폰 이벤트, 인 게임 플레이 보상, 그리고 세심한 운영을 지속해 나가야 합니다.
💡 인디 개발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본인의 게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다면 다음 세 가지를 스스로 질문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 아이콘만 보고도 이 게임이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3초 안에 설명 가능한가?
- 첫 번째 전투나 첫 번째 보상을 얻기까지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과정이 있는가? (없을수록 좋습니다.)
- 유저가 내가 만든 ‘시스템’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는가, 아니면 유저가 ‘원하는 것’을 먼저 주고 있는가?
글로벌로 광고가 고도화되었고, 오가닉 유저의 유입은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있습니다. 지금 내 가게에 들어온 고객은 정말로 소중한 고객입니다. 때문에 아이콘과 제목만으로도 이미 런칭 전 게임의 다운로드 규모를 예상할 수 있다는 논리도 일부분 성립됩니다.
내 게임을 찾아온 유저는 플레이를 배우려고 온 유저가 아닙니다. 그 유저는 내 게임의 아이콘과 제목과 설명을 보고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가지고 있습니다.
1. 유저의 기대에 부흥을 해야 유저는 잔존합니다.
2. 장르 게임 유저는 더 이상 배우려하지 않습니다.
3. 절대로 유저를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배우지 않는 플레이, 자연스러운 몰입으로 유저가 기대하고 예상하는 바 대로 게임을 전개해나가야 합니다. 지금 당신의 게임에 스스로 찾아온 그 유저는 정말로 소중하니까요..
글: 정무식 교수(가천대학교 게임영상학과 부교수/공학박사)
정무식 교수는?
1994년 트리거소프트 창업 멤버로 출발하여 엔씨소프트 디렉터, 나스닥 상장사인 그라비티의 사외이사 및 루노소프트의 부사장을 역임한 대한민국 1세대 게임 개발자다. 1999년 (사)한국게임개발자협회를 설립 후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KGC 국제 콘퍼런스를 조직하는 등 국내 게임 제작 문화 확산 및 정착에 공을 들여왔으며, 더불어 국내 인디게임 육성에 오랜 관심과 지원을 이어왔다.
